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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07 '어린 사람'에 대한 생각

생각/사색

'어린 사람'에 대한 생각

I. 내가 월드 와이드 웹을 시작한 게 언젠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초등학교 4학년생일 때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1999년쯤, 아파트 게시판에 하나로통신의 베타테스터 안내문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그걸 신청하셨다. 그때만 해도 ISDN이 초고속 인터넷이던 시절이었다.
통신의 기억은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포에 살았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니까...('이야기'를 쓴 기억은 없다) 대략 1996년? 아버지가 얼리어댑터이셨던 덕에 일찍부터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고, 통신에도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참 많은 사람들을 네트워크 상에서 만났고, 참 많은 얘기를 풀어내었다.

II. 나는 항상 '매우 어린'축에 속했다. 채팅방에 가도 대부분은 20대의 대학생들이나 30대의 직장인들이었다. 곧, 그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상대였음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 카페나 khug.org와 같은 많은 커뮤니티 웹사이트가 생겨났다. 나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PDA라는 물건을 일찍 접했었기 때문에, 역시 많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다.

III.내가 얼마나 많은 바보짓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식은땀이 흐를 정도이다. 나는 항상 예의를 갖춰서 글을 썼었지만, 사실 그 글 뒤에는 내가 독자보다 조금 더 '우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어려서부터 이런 기술도 알고있고 리눅스도 쓰고 컴퓨터도 잘알고···” 등등. 좀 어려보이는 회원을 만나면 먼저 회원정보부터 보고, 나보다 나이가 좀 많다는 사실에 안도하던 그런 바보같은 때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기분이 좋았던 기억도 난다.

IV. 분명 어리면서 조금 뛰어난 이들은 우월감에 빠져 산다. 성급한 일반화인가? 그렇다면 나의 경우로 바꾸자. 사실 나는 우월감에 빠져 살았다. 내가 (나이에 비해) 다른 사람들보다 앞선 기술을 받아들였던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다른 사람과 달리 조금 특별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더 잘 아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 저 위의 바보짓을 할때는 여기까지밖에 몰랐다.
그런데, 요즈음 조금씩 느끼는게 많아진다. 일단 나같은 바보짓을 하는 '어린 사람'들이 많아졌다. (보통 이런 이들은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인 경우가 많으며, 컴퓨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향이 있고, 리눅스에 대한 열정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다(이것이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것이다). 또한 어떤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며, 뭔가 멋져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의 과거 행동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지식을 맹신하며, 맞춤법과 예의(여기서 '초딩'-상징적 의미의-은 제외하자.)를 잘 지켜 말하나, 뭔가 논리 전개에 어색함이 보일 때가 많고, 공격적인 말투를 보이며, 편협한 시각을 지니고 있을 때가 있다. 또 자신이 옳다는 것을 맹신할 때가 있다.

V.(젠장. 글이 산만해지고 있다.) 정리하자. 요즘 블로그계에서 일이 하나 터졌었는데(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왠지 그 사람들이 나의 과거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 그저 안타까울 뿐.

VI. 물론 내가 이런 것들을 모두 극복했기 때문에 저들을 내려다보며 '쯧쯧···'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거만하며,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스스로 우월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여전히 종종 있다. 이걸 극복하는 순간 나는 스스로 겸손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VII. 친구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우리 엄마가 맨날 하는 말인데, '어른 무시하지 마라'이카더라.”
그래. 비록 어른들은 항상 불합리하며 무능해 보일지라도, 우리들이 모르는 +α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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